音樂/musik

바그너 / 니벨룽겐의 반지, 4부 ‘신들의 황혼’ - Zubin Mehta, Cond / Valencia 2008

윤일란 2013. 6. 9. 05:11

Götterdämmerung

 

바그너 / 니벨룽겐의 반지, 4부 ‘신들의 황혼’

Richard Wagner 1813-1883

 

 

 

 

 

 

 

 

 

 

Siegfried: Lance Ryan   Brünnhilde: Jennifer Wilson

 

Hagen: Matti Salminen   Alberich: Franz Josef Kapellmann

Gunther: Ralf Lukas   Gutrune: Elisabete Matos

  

 

Cor de la Generalitat Valencia, Orquestra de la Comunitat Valenciana

 

Zubin Mehta, Cond / Palau de les Arts Reina Sofia, Valencia 2008

 

 

 

 

 

 

 

 

 

 

 

 

 

 

 

 

 

중세문학 <니벨룽겐의 노래>를 토대로 한 <니벨룽의 반지>는 <신들의 황혼>에 가서야 핵심 줄거리를 드러냅니다.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는 영웅 지크프리트의 조상 이야기, <지크프리트>는 주인공 지크프리트의 성장기였다면, <신들의 황혼>은 사기와 배신으로 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 꼬이면서 결국 신들의 세계를 구하는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죽는 지크프리트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내용이 가장 다채롭고 긴장감 넘치는 부분이며, 음악적인 면에서도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의 주요 모티프를 선별해 모아놓았기 때문에 각별히 풍요로운 작품이지요. 3막으로 구성된 <발퀴레>, <지크프리트>와는 달리 <신들의 황혼>에는 1막이 시작되기 전의 ‘서막’이 붙어 있습니다. 제목을 보통 ‘신들의 황혼’으로 번역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신들의 멸망’을 뜻한답니다.

처음 <신들의 황혼>을 구상했던 1848년, 바그너는 서른다섯 살이었지만, 1876년에 개최된 제1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위해 오케스트라 총보를 완성했을 때는 벌써 63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9세기부터 11세기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보이는 바이킹 시대의 북구 고대신화를 바탕으로 12~13세기에 바이에른의 민중 시인이 정리했다는 대서사시를 첨가하고 게르만족의 지크프리트 전설도 소재로 빌려왔지만, 결국 바그너가 만들어낸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였습니다. ‘초인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을 통해서만 인습에 물든 전통사회가 몰락하고 새 시대가 도래한다’는 혁명적 사상을 <신들의 황혼>에 담아낸 것이었지요.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신들이 사라진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존재가 됩니다.

 

 

 

  

 

브륀힐데는 애마 그라네에 올라타고 지크프리트와 영원히 결합하기 위해 그를 화장하는 불 속에 뛰어듭니다. 지상의 성을 태운 이 불길은 신들의 궁전인 발할까지 번져 신들의 세계를 멸망시킵니다.

 

 

 

신들의 멸망과 새로운 시대의 출발

서막

<신들의 황혼>은 상당히 긴 서막으로 시작됩니다. 대지의 여신 에르다의 딸인 운명의 여신 노른(Norn) 셋이 모여 앉아 운명의 실을 꼬고 있는데, 다들 신들의 세계에 닥칠 어두운 미래를 예견합니다. 그들이 꼬던 실은 엉켜서 끊어져버리고, 노른들은 자신들의 지혜도 이젠 끝장이라고 말하죠.

한편 불속에서 브륀힐데를 깨운 지크프리트는 용사의 새로운 임무를 향해 길을 떠나야겠다고 합니다. 브륀힐데는 애마 그라네를, 지크프리트는 절대권력의 반지를 상대방에게 줍니다. 그라네를 타고 떠나는 지크프리트의 여정은 관현악곡인 ‘지크프리트의 라인 기행’에 멋지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애마 그라네를 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브륀힐데.

1막

1막은 군터와 하겐이 살고 있는 기비흉 족의 성입니다. 알베리히의 아들 하겐은 아버지가 다른 자신의 형 군터 왕에게 브륀힐데와의 결혼을 권합니다. 그리고 군터의 여동생인 구트루네에게는 용사 지크프리트를 추천합니다. 지크프리트가 도착하자 구트루네는 과거의 모든 사랑을 잊게 하는 마법의 약을 음료수에 타서 지크프리트에게 줍니다. 그러자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와의 사랑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구트루네에게 빠져듭니다. 하겐은 ‘여기 앉아 망을 보며 Hier sitz' ich zur Wacht’라는 유명한 독백을 노래하며,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에게서 가져올 알베리히의 반지를 기다립니다. 아버지 알베리히가 보탄 신에게 강제로 빼앗긴 절대권력의 반지를 되찾으려는 것이죠. 지크프리트는 군터로 변장하고 브륀힐데 앞에 나타나 반지를 강제로 빼앗고 그녀를 제압합니다. 

2막

2막에서는 하겐의 꿈에 아버지 알베리히가 나타나 어서 반지를 되찾으라고 독려합니다. 이때 살인의 모티프와 저주의 모티프가 반지 모티프에 섞여 들려옵니다. 하겐은 신하들을 한자리에 모아 합동결혼식을 준비합니다. 군터와 브륀힐데, 그리고 지크프리트와 구트루네의 결혼식이죠. 그러나 이곳에 억지로 끌려와 지크프리트의 모습을 본 브륀힐데는 분노와 절망에 빠집니다. 더군다나 자기가 빼앗긴 반지가 지크프리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을 폭력으로 납치한 것이 바로 지크프리트였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그가 구트루네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은 거죠.

복수심에 불타는 브륀힐데는 모인 사람들 앞에서, 지크프리트가 군터에게 자신을 넘겨주기 전에 자기를 겁탈했다고 말합니다. 군중은 술렁이고, 군터는 치욕감을 느끼지만 지크프리트는 자신은 결코 군터와 맺은 의형제의 결의를 깨지 않았고 신의를 지켰다고 주장합니다. 브륀힐데와 지크프리트는 각각 하겐의 창에 대고 자신의 진실과 결백을 외칩니다.

하겐은 브륀힐데에게 자신이 지크프리트에게 복수해주겠다고 유혹합니다. 사랑이 증오로 변해버린 탓에 브륀힐데는 하겐에게 지크프리트의 약점을 가르쳐주지요. 지크프리트는 전투에서 결코 적에게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일이 없는 용사이기 때문에, 브륀힐데가 그의 등은 마법으로 축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지크프리트와의 사기극이 밝혀져 백성들 앞에서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군터 왕은 하겐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 지크프리트를 사냥터에서 죽이기로 합니다.

3막

하겐은 지크프리트의 술잔에 다시 옛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약초 즙을 넣고, 기억을 되찾은 지크프리트가 용 파프너와 노퉁과 브륀힐데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은 뒤 등 뒤에서 지크프리트를 창으로 찌릅니다.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난 지크프리트는 죽어가면서 ‘브륀힐데, 신성한 신부여’라고 노래합니다. 그의 시신은 유명한 ‘지크프리트 장송 행진곡’에 맞춰 기비흉의 성으로 옮겨집니다. 반지를 되찾은 라인의 처녀들.

성에 돌아온 하겐은 반지를 두고 다투다가 군터 왕까지 죽여버립니다. 결국 모든 것이 반지를 차지하려는 하겐의 음모였음을 알게 된 브륀힐데는 사람들에게 지크프리트를 화장할 단을 쌓으라고 명령합니다. 브륀힐데는 횃불로 화장단 장작에 불을 붙이고는 반지를 라인 강에 던집니다. 라인의 처녀들은 그 반지를 받아들고, 하겐은 열심히 처녀들의 뒤를 쫓지만 그 반지를 얻지는 못합니다. 브륀힐데는 애마 그라네에 올라타고 지크프리트와 영원히 결합하기 위해 그를 화장하는 불 속에 뛰어듭니다. 지상의 성을 태운 이 불길은 신들의 궁전인 발할까지 번져 신들의 세계를 멸망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