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팝 음악계의 명작 가 발매된 지 25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과연, 이 엄청난 앨범을 어떤 형태로 재탄생시킬 것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해답은 리믹스였다. 언뜻 생각하면 진부한 구성일지 모르지만, 리믹스에 선정된 곡과 리믹서로 참여하는 프로듀서 진의 명단을 보면 흥분할 수밖에 없다. 정말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두 프로듀서 윌.아이.엠과 칸예 웨스트, 그리고 천부적인 멜로디 감각을 타고난 싱어이자 프로듀서 에이콘이 황제의 명곡 중에서도 명곡을 다시 만지고 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으니까.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The Girl Is Mine 2008’과 ‘Billie Jean 2008’이다. 윌.아이.엠이 리믹스한 ‘The Girl Is Mine 2008’은 원곡의 뛰어난 멜로디를 잘 살리면서 감각적인 신시사이저로 오늘날 색채를 입혔으며, 칸예 웨스트가 리믹스한 ‘Billie Jean 2008’은 기대에 약간 못 미치는 감은 있었지만, 원곡의 엄청난 아우라를 고려하면 고심이 느껴지는 리믹스였다. 마이클 잭슨은 다시 한 번 평생의 역작을 우리 곁에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비록 떠나기 전 그의 모습은 황제의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지만, 전 세계 수많은 음악 팬은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그의 음악을 플레이하는 걸 멈추지만 않는다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귀와 가슴 속에서 불멸의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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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의 아티스트가 오직 한 명뿐인 ‘팝의 황제’에게 바치는 베스트 앨범.
에디터 | 이상현·정윤희, 사진 | 스튜디오 s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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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제왕은 절정의 황금 장식 공연의상을 입고, 황금색 테가 둘러진 마이크를 차고, 조용히 누워서 이제 잠들었다. 나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서 언젠가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누군가의 인터뷰가 기억났다. ‘마이클 잭슨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꿈만 같다’라고. 역시 저버린 별의 아름다움을 늦게나마 알아채고 그리워한다. 커버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길을 가다가, 카페에서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걸음걸이가 느려졌었다. 이것은 마이클 잭슨의 발라드 베스트 앨범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빛나는 명곡들 속에서 나는 조용하게 그를 기리기로 했다. 이런 기회가 고맙다.
자칭 ‘골든부시맨’이라는 이름을 달고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이경돈이, 발라드 가수로서의 마이클 잭슨을 추억했다. 스물 다섯살 청년에게 마이클 잭슨은 ‘You are not alone’을 부르는 모습이 더 익숙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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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월(Off the wall)>로 시작해 <스릴러(Thriller)>로 정점을 찍은 ‘제왕’시절의 마이클 잭슨보다 ‘모타운(Motown)’시절의 어린 천재 마이클 잭슨을 기리는 앨범입니다. 변성기 전의 미성으로 부른 아름다운 노래들을 듣노라면 아무리 혹사당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빼앗긴 어린 시절이라 해도 마이클 잭슨 역시 그때가 아름다웠다고 여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형 하기 전의 초콜릿색 피부와 해맑은 웃음, 북실북실한 ‘아프로’헤어스타일, 화려한 색으로 반짝거리는 판탈롱, ‘문워크’로 대중을 압도하는 성숙한 스타가 아닌 엄청난 재능으로 즐겁게 노래 부르는 귀여운 꼬마의 모습을 잭슨파이브(Jackson 5)곡과 솔로 곡을 섞어 담았습니다.
바흐를 들으면 ‘음악적 그리드’가 느껴진다던, 디자인보다 음악을 더 사랑하던 그래픽디자이너 이기준이 그린 마이클 잭슨이다.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시각화하는 이기준의 작업답게, ‘모타운(Motown)’ 시절 마이클 잭슨의 특징들을 정확하게 잡아내어 간결하고 상징적으로 그려낸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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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은 떠났지만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 예술성 등은 영원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슈퍼볼드 타이포 작업이다.
영리한 픽토그래퍼 함영훈은 픽토그램이 지닌 직관성, 대표성, 그리고 규칙과 반복을 통한 표준성에 인간의 감정을 대입해 픽토그램의 기능을 확장시켜 왔다. 이번에는 자신의 영리함을 문자와 마이클 잭슨으로 옮겨와 군더더기 없는 작품을 완성해 주었다. 문자를 반죽해 하나의 기호를 빚어낸 함영훈의 앨범 커버 이미지는 하늘에 있는 마이클을 문자 그대로 아이콘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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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은 죽는 순간 어떤 얼굴을 떠올렸을까? 환호하는 팬들? 사랑하는 연인? 귀여운 자녀들? 아니면 죽음을 맞은 자신의 얼굴? 죽음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걸 미리 알지 못했을 잭슨은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마주친 건 한번도 본적이 없는 죽음의 얼굴. 그는 맞닥뜨린 죽음의 익숙하지 않은 얼굴에 그저 의아했을 것이다. 오래 살지 못한 그 자신이 어째서 벌써 이 죽음의 얼굴을 만나야 하는지…. 그는 오래 살지 못했지만 전설이 되었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을 선택할 수 없지만 후회 없이 사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살다 보면 즐거움으로 꽉 찬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이클 잭슨처럼 전설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팝초현실주의 아티스트 마리킴은 자신만의 만화경으로 들여다 본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보내주었다. 그녀는 날렵한 눈매만큼이나 똑 부러지는 그림들에 ‘마리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날마다 만화경 같은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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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커버에 담았으면 좋았겠지만 창백하고 많이 아파 보였던 후반시절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망가져가고 있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지만, 그 모습이 나에게는 전혀 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들기만 해도 쓰러질 것만 같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적인 춤과 천재적인 노래, 그리고 정신은 아름다운 육체와 외모를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시훈은 그림마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김시훈의 그림임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그의 그림에서는 진한 커피 향기가 난다. 김시훈이 보내온 마이클 잭슨의 눈에 가득 고여 있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곱게 간 원두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다.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심장을 곱게 갈아 내린 그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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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때인가 부산 바닷가 수영장의 야외영화관에 설치된 천막 위로 마이클 잭슨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전혀 색다른 리듬과 비트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추던 마이클. 그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상당히 어린 시절이었지만 수십 명이 몰려들어 의자도 없이 영상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6살의 나에게,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춤은 아주 쇼킹한 볼거리였다. 시간은 흘러 2009년, 마이클 잭슨은 우리 곁은 떠났지만 지구와 전 인류, 그리고 평화를 노래했던 마이클의 음악과 그의 정신은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계속 울리고 있을 것이다.
‘손맛글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캘리그래퍼 노용수는 유려한 손글씨가 일품이다. 그의 캘리그래프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블로그(blog.naver.com/motiva)에 업데이트 되는데, 이 부지런함이야말로 손맛 진하게 느껴지는 캘리그래프의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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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은 언론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의 코가 아버지를 닮아서 수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의 코가 만들어졌는데, 하얀 피부나 수술한 얼굴이 지금의 마이클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백인의 모습이지만 내면에 있는 흑인특유의 창법과 가창력, 그리고 유연한 몸에서 나오는 춤은 마이클 잭슨이 팝의 황제에 오를 수 있게 된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이클 잭슨의 어린시절… 누가 봐도 흑인이었던 모습을 생각하며 디자인했다.
최지웅과 함께 프로파간다의 또 하나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그래픽디자이너 박동우. 손맛이 느껴지는 일러스트와 타이포그래피를 재료로 간결하고 힘 있는 그래픽을 완성하는 그는 이번 작업에서도 거친 입자가 살아있는 일러스트를 통해 마치 마이클 잭슨의 사진 앨범을 들춰 내듯 그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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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눈빛을 가진 파워풀한 마이클 잭슨의 클로즈업 흑백사진과, 8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였던 만큼 80년대 풍의 촌스럽고 장식적인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해봤다. 앨범 타이틀은 내가 선정한 베스트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I want you back’로 정했다. 고인이 된 팝의 황제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띄운다. “마이클, 난 당신이 돌아와주길 바래~!”
‘필살 디자인’으로 영화 포스터디자인 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프로파간다의 그래픽디자이너 최지웅. 고전적 타입페이스의 아름다움을 아는 똑똑한 이 청년은 이번 작업에서 제 특출 난 장기를 살려 미려한 타이포그래피를 완성했다. 흑백 사진과 어울리는 황금색의 ‘I want you back’에, 마이클 잭슨을 흠모했던 그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