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13억 중국인을 사로잡은 다큐멘터리 대작 대국굴기의 핵심 요약본이자 심층 해설서! 『대국굴기』는 중국 CCTV와 EBS에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의 핵심 요약본이자 심층 해설서이다. 삼성전자 윤종용 ...


이 책은..

나의 평가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창의적 사고가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을 '대국굴기'에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하며 임직원들에게 대국굴기 시청을 권유한 바가 있어 화제에 올랐습니다. 이재용 전무 역시 시간이 나는 대로 대국굴기를 반복시청하고 있다고 하구요. 재계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대국굴기를 주의깊게 보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2월 23일 해외 홍보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국굴기를 예로 들며 앞으로의 세계흐름은 강대국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질서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재계와 달리 전폭적인 수용보다는 조금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도대체 이 대국굴기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작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집체학습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을 쥐락펴락하는 막대한 권력과 그에 걸맞는 빡빡한 일정을 가지고 있는 24명의 정치국원이 한달반마다 한 자리에 모여 학습을 하는데 이 모임은 후진타오 집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2년 12월 26일 첫 수업이 시작됐고, 다양한 주제가 토론된다고 하나 그 내용은 대외비로 철저히 보호가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2003년 11월 24일 진행된 제9차 학습 내용은 전격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세계 역사상 9개 주요 국가의 15세기 이래 흥망사'를 주제로 한 학습이었습니다. 이후 2004년 4월 15세기 이후 세계를 주름잡았던 9개 강대국의 흥망사를 다룰 대국굴기의 제작이 결정되었고 3년간의 준비와 제작 끝에 2006년 11월 13일부터 24일까지 중국중앙방송국(CC-TV) 채널2가 이를 12부로 나눠 방영했습니다.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 100여명의 자문을 받아 3년 동안 9개국의 역사현장과 대학·박물관 등을 찾아가며 만든 수작이라 그런지 방영되는 동안 중국 도시 성인 남녀의 27.5%가 이 프로그램을 보았고 DVD로 출시됐을 때는 3일 만에 매진 사태를 빚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반복방영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 인기는 높았습니다. 올해 2월 EBS에서 첫 방영을 했고, 강렬한 재방요청에 6월에 다시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히스토리채널로 옮겨 방영이 되었고, 지금은 12장짜리 DVD와 8권짜리 시리즈책,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한 권짜리 책이 나와있죠. 크레듀에서는 온라인 교육업체답게 온라인 교육프로그램까지 만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정계와 재계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서두에서 밝힌 바가 있습니다.
관련기사를 찾아보니 대국굴기의 제작자는 중국정부의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이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 집체학습 내용에 착안하여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같군요. 대체로의 의견은 '세계 최강국이 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치밀한 계산에 따라 준비된 국민의 집단학습 프로그램'이라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중국정부의 이런 행보는 집체학습을 통해서 도출된 어떤 결론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대국굴기에 나타난 강대국의 조건은 뜻밖에도 경제력이라는 하드 파워만이 아니라 사상과 문화의 힘, 그리고 정치, 사회제도의 개혁이 우선합니다. 경제력이 아무리 힘을 써봐야 의식과 제도의 선진화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죠. 중국 공산당 정부는 어차피 경제력이야 중국의 개방정책으로 착착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세계를 주름잡는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같습니다.
이런 중국의 야심도 야심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더 놀란 것은 대국굴기의 제작방향과 관련된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전폭적인 지휘(또는 지원) 아래 제작된 프로그램이지만 유물사관적인 사회주의 관점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대국굴기는 전 세계 100여 명이 넘는 석학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가급적 역사적 사실과 자료에 입각하여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죠. 사회주의 국가의 입장이라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15세기 강대국들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을테고 그런 시각들이 반영되었어야 마땅했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중국의 나아갈 방향이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같아요. 이런 친자본주의적인 관점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른 나라에서도 특별한 가감없이 방영될 수 있었던 장점인 반면 앞으로의 중국의 야심을 주목하고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낳게 하고 있습니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제국주의는 필연적으로 침략과 수탈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방식이 통할런지도 생각해봐야 하고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게 올바른 방향인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한때 강대국이었고 지금도 호시탐탐 그때의 힘을 되찾고 싶어하는 일본과 대국굴기를 통해 강대국의 힘을 떨치고 싶어하는 중국을 인접국으로 두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변국의 경제성장에 덕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변국의 침략야욕에 가장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대국굴기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걸 제작한 중국의 속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대국굴기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DVD입니다. 12장이라고는 하나 깔끔한 영상과 요령있는 내용정리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물론 심화학습을 하고 싶다면 다큐 제작과 동시에 만들어진 8권짜리 시리즈 책을 보시면 됩니다. 다큐가 강대국의 급격한 성장에 주로 초점에 맞춰져 있다면 책은 영원한 강대국은 없다는 전제 아래 세계를 주름잡던 강대국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쇠락했는지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방대한 분량으로 감히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12장짜리 DVD도, 8권짜리 시리즈 도서도 벅차신 분들은 크레듀에서 나온 한 권짜리 대국굴기가 어떨까 싶네요. 각 나라편을 담당한 저자들이 다큐에서도 해당 나라편의 감수위원으로 참여했던지라 그 핵심되는 내용만 간추려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요약본같아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런 책이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대국굴기의 경우는 각자의 상황과 수준에 맞게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고르시면 좋겠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
발전을 위한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영토 확장 조건에 대해 말할 때, 포르투칼과 에스파냐가 적시에 발전의 기회를 포착했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한 기회를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덕분에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시대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정확한 기회 포착과 적극적인 행동은 반드시 한 세트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로부터 아주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외국의 인재와 자금을 충분히 이용하는 것 말이다. 외국의 인재와 자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린 마음, 용기, 지나치게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 등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동서양 문명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동서야의 장점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여기에다 강국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노력이 더해져 19세기 초와 20세기에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2번에 걸친 러시아의 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언제나 동서양 문명 사이에서 배회하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들만의 독특한 문명을 창조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속은 텅 빈 국가가 되어 버린 러시아는 한때 전 인류를 멸망시킬 만한 핵무기를 보유한 수퍼 강국이 되었지만 진지한 힘겨루기를 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역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갈수록 더 눈부신 발전, 갈수록 더 참담해지는 실패."

출처 : 북코치책을말하다
글쓴이 : 북코치권윤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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