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세계 각국의 음식 속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와 역사 음식잡학사전은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분명 음식에 관한 책이지만 그 흔한 레시피도, 탐스러운 음식 컬러사진도 없다. 대신에 역사, 인물...


이 책은..

나의 평가





(별도의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감각기관이 그렇게 발달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식도락이나 와인매니아 같은 사람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좀더 좋은 음질, 좀더 나은 맛, 좀더 멋진 색감을 찾기 위해서 지출을 끝도 모르고 높이는 함정에는 빠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정경제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제가 가진 막귀, 막혀, 막눈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푸드스타일리스트나 식도락가분들이 보시기에는 한심해보이겠지만 그만큼 음식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식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가 쓴 '문화의 수수께끼'를 읽은 뒤였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아시겠지만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반면에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먹지 않는다는 외형은 같지만 그 이유는 정반대입니다. 이슬람에서는 돼지를 불결하다고 생각해서 안 먹는 것이고, 힌두교에서는 소를 성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먹는 것이기 때문이죠. 읽은지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다들 종교적으로 그 이유들을 찾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빈 해리스에게 종교적 신념 같은 건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대신 그런 풍습이나 관념 저변에 깔려있는 물질적인 조건에 주목합니다. 인도에서 소를 먹지 않는 건 식용보다 노동력으로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러가지 통계적 자료로 입증하죠. 부분적으로 불합리해보일 지도 모르지만 공동체가 오래도록 존속하기에 꼭 필요한 장치였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항목들도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네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역마다 음식문화가 다른 것이 그저 해당 지역 사람들의 우연한 취향발달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역적 특성과 물질적 조건의 다양함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죠. 따라서 그 나라의 음식을 이해한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 역시 이해하는 데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음식 잡학 사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뭘 이런걸 다' 상식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68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식별로 만들어진 유래, 이름의 어원, 어디에 좋고,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죠. 저자의 노력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는 항목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랍스터는 빵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며, 짬뽕은 "밥 먹었니?"라는 안부인사를 일본인이 오해해서 붙인 이름이란 것도 알게 되죠.
그럼, 잡다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외에 대체 이 책을 어디가 써먹을 수 있을까 궁금하실 분이 많으시겠네요. 물론 킬링타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책도 있고 그런 효용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사교용으로 이 책을 권합니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의 4번째 법칙은 호감의 법칙입니다. 호감이 가는 존재에 자신을 결부시킬 수만 있다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도 호감이 가게 할 수 있다는 내용도 그 안에 들어있죠. 중요한 미팅을 식사와 겸하는 것도 그런 이론을 접목한 사교의 팁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에게 식욕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욕망, 그것도 행복한 욕망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식사를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다면 쉽게 친해지는 것을 이미 많이 경험하셨을 거예요. 저자는 즐거운 식사 시간에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져 있는 음식 이야기를 꺼내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큰 윤활유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물론 여러분께서 하시기 나름이겠지만요.
ps. 이런 지식은 이해보다 암기가 우선시되는 대표적인 지식이 아닐까 싶어요. 닥치고 외우기...
인상깊은 구절 :
짬뽕은 중국 국수 이름이지만 원래의 뜻은 "밥 먹었니?"라는 뜻이다. 짬뽕은 1899년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짬뽕을 처음 개발한 천핑순은 안면이 있는 화교 손님들이 오면 첫인사가 "너 밥 먹었냐?"였다. 당시 가난했던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은 끼니를 때우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화교니까 당연히 중국말로 물었을 것이고, 표준어로는 '츠판?"하고 물어야 하지만 시골 출신인 만큼 고향 사투리인 푸젠성 말로 "샤뽕?"이라고 물었다. 이 뜻을 알지 못한 일본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중국식 우동의 이름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샤뽕을 일본말로 '찬폰'이라고 부르고,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짬뽕'으로 바뀌었다.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다. 미국을 상징하는 간편 음식이지만 그 이름은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유래됐다. 그렇지만 햄버거의 진짜 고향은 미국도 유럽도 아닌 아시아다. 그것도 우리와 인종적으로 뿌리가 같은 몽골 사람들이 주로 먹던 전통 패스트푸드다. 중앙아시아의 드넓은 초원에서 양과 말을 키우며 살던 몽골 사람과 터키 계열의 타타르 사람들은 유목민의 특성상 이동이 잦았다. 급하게 이동식 가옥을 걷고 이동을 하거나 다른 마을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 할 때는 불을 피워 요리를 해먹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 음식이 오늘날 우리가 패스트푸드로 즐겨 먹는 햄버거의 원형이다.

출처 : 북코치책을말하다
글쓴이 : 북코치권윤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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