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해원』시리즈 제1권. 본 작품은 해양구조단의 꿈을 품고 있는 19살 향해사보 다이스케를 중심으로 성장, 사랑,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선보인다....


이 책은..

나의 평가





(별도의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해원'은 일본 만화잡지인 '주간 영 선데이'에 연재되어 이후 12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만화입니다. 일본의 해양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해상보안청이 주요 무대이며 낙천적이고 구조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다이스케와 마이아사 신문사의 미하루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상보안관의 일상과 교육훈련, 구조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혈기만 넘치던 다이스케가 생사를 넘나드는 구조활동을 통해서 인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성장드라마, 그리고 다이스케와 미하루의 우여곡절 많은 러브스토리까지 곁들어지면서 상당히 흥미진진한 전개를 하고 있는 수작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초반부에는 관할구역 내에서 벌어지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구조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다이스케가 잠수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서는 자위대와의 군사작전, 마라카 해협에서의 해적 소탕작전 등 점점 활동의 영역과 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마지막은 대형여객기의 해상비상착륙으로 인한 대규모 구조활동을 다루며 열린 결말을 맞게 되는 군요. 연애질이 중심이 아니라 해상보안관의 해상구조활동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다루기 때문에 다 읽고 나면 해상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무척이나 친근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되더군요.
해상경찰이나 의사, 소방관 같이 구조를 주된 업무로 하는 직업들은 필연적으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시간과 비용과 인원이 충분하다면야 누구든 못 살리겠습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구조작업은 시간적으로 쫓기고, 동원할 수 있는 장비에는 한계가 있으며, 필요한 보충인력은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후회가 남기 마련입니다. 내가 이 사람을 먼저 살렸다면 모두 살릴 수 있었을까, 내가 포기하지 않고 좀더 노력했다면 이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좀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내 동료가 나 대신 희생되진 않았을텐데 같은 후회들이죠. 그래서인지 이 만화에 나오는 많은 등장인물들은 인생의 짐을 한가득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만화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면 작가가 던지는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이 마음 한 켠에 깊게 박혀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만화는 조금 불만입니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운도 좋은 수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대사라면 '모두 살려내겠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겁없이 뛰어들어 많은 사람들을 극적으로 살려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다이스케 본인에게 선택의 어려움이란 모두 살리느냐 같이 죽느냐의 문제일 뿐이고 어느 하나를 위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괴로움은 오히려 다이스케 주변의 동료와 선배들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 다 구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런 페이스라면 미하루는 다이스케와 결혼한다고 해도 아마 5년 안에 이혼하거나 과부가 될 확률이 농후합니다. 따라서 이 만화는 디테일한 환경 속에서 활약하는 슈퍼히어로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s. 다이스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구조대원의 안전을 위해서 이제 그만 철수하라는 상부의 명령도 곧잘 어기고, 동료를 눈앞에서 살해했던 해적들도 구조하기 위해서 바다에 뛰어들며, 태풍이 몰려온다며 피신을 권유하는 해상보안관을 모욕하고 저항하는 관광객들도 구출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같은 사람은 이런 업무와 맞지 않아요. 저라면 동료를 죽인 해적이나 구조를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모욕까지 하는 관광객들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을겁니다. 죽던가 말던가.. 따라서 '죽어도 좋은 사람이란 없어'라며 뛰어드는 다이스케의 생각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답니다.
ps. 해원(海猿)은 일본어로 우미자루라고 읽습니다. 바다원숭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해상보안청의 잠수요원을 지칭하는 은어라고 하네요. 생사를 가르는 촉박한 시간 속에서 민첩하게 구조활동을 펼쳐야 하는 잠수사를 은유한게 아닐까 합니다.
ps. 2004년 제작된 극장판 영화는 잠수사가 되기 위해 50여일동안 해상보안대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되는 다이스케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2005년에는 후지TV에 의해 11부작 드라마로도 제작됩니다. 2006년에는 두 번째 극장판도 개봉되었습니다.
ps. 세주문화사에서 11권 완간된 해원은 2005년 10월부터 서울문화사로 출판사를 바꿔 완전판으로 재출간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완전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인상깊은 구절 :
다이스케...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없다. 네가 누군지 그런 건 1분 후에 밝혀질 거다. 왜냐면, 사람은 죽음 앞에선 거짓말하지 않기 때문이지.
다케히고! 나도 무서워! 형도 무섭단 말야! 무섭기 때문에 용사인 거야... 다케히고... 정말로 아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용기같은 건 필요없어. 용사는 무서움을 모르는 강자가 아니야. 무섭기에... 무섭기에 용기가 필요한 거야.

출처 : 북코치책을말하다
글쓴이 : 북코치권윤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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