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나의 평가





(별도의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배틀로얄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연출한 영화버전이 일본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사회를 가졌던 일본 중의원들은 물론이고 문부성 장관까지 나서서 상영규제를 촉구했죠. 하지만 이런 논란이 마케팅에 도움이 되었는지 극장판 배틀로얄은 개봉 당일 극장가를 장악하고 215만 명 동원, 31억 엔이라는 흥행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일본 개봉판보다 더 많은 장면이 추가된 무삭제판이 개봉되었다는 점입니다. 잔혹한 장면이 추가되었다기 보다 등장인물들의 과거 회상씬의 보강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영화버전 외에도 원작 소설과 만화화까지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기 때문에 배틀로얄 팬들은 각기 다양한 개성을 가진 BR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영화를 너무 재밌게 본 터라 원작 소설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절판된 관계로 볼 수가 없었고, 이렇게 만화를 통해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참고로 1999년 출간된 배틀로얄의 원작 소설은 100만부를 돌파했고, 배틀로얄 만화는 9권까지 누계 발행부수만 50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배틀로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까운 근미래 일본이라고 추정되는 대동아공화국이 있습니다. 국민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군사독재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군사적 실험의 목적으로 매년 중학교 3학년 한 학급을 임의로 골라 배틀로얄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3일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같은 반 급우끼리 서로 죽이도록 부추겨 최후의 1인을 우승자로 선정하는 것이죠. 설정부터 원작과 영화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원작의 어른들은 그저 잔혹하고 탐욕스러울 뿐이지만, 영화의 어른들은 사회통제력을 잃어버려 무엇을 해야할지 어쩔 줄 모르는 무기력함이 느껴지죠. 학생들 앞에서는 냉혈한이지만 사적으로는 가족에게조차 무시당하는 가장으로 나오는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가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쨌든 본의 아니게 게임을 시작하게 된 아이들은 때로는 연대하고 때로는 배신의 혼란 속에서 최후의 1인을 향해 달려갑니다.
어제까지 같이 웃고 떠들다가 오늘은 서로를 향해 죽자살자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인 아이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왕따를 당해왔던 아이는 이번에도 또 당할 수는 없다며 먼저 무기를 빼어들고, 서로를 사랑하던 한 커플은 죽임을 당하기 전에 손을 잡고 절벽에서 뛰어내립니다.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미처 고백하지 못했던 한 남자아이는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찾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동분서주합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나나하라 슈야는 서로를 믿고 협동한다면 이런 몹쓸 짓을 시키는 어른들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다며 지옥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칩니다. 과연 슈야는 동지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고민해보면서 읽으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어른들은 게임이 시작되면 누가 최후의 1인이 될런지 내기를 겁니다. 이번 배틀로얄에서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력한 후보들이 등장하네요. 일단 주인공인 나나하라 슈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나나하라는 천부적인 운동신경이 강점이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은 주위에 희망과 힘을 불어넣어주는 동기부여능력입니다. 평소 그의 그런 능력은 급우들을 하나로 묶고 폭넓게 사랑을 받았지만 언제 누구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배틀로얄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책없이 상대를 믿고 사랑과 믿음을 외치는 성향때문에 죽을 고비를 몇차례나 넘기지만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카와다 쇼고라는 친구를 일찍 만났기 때문입니다.
카와다 쇼고는 지난 대회 우승자입니다. 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장기치료를 받느라 유급을 당했고 그때문에 중학교 3학년을 다시 다니게 되었는데 배틀로얄 학급의 랜덤선정때문에 다시 한번 지옥에 뛰어들게 됩니다. 일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각종 무기사용이 능숙하고 무엇보다 냉철한 이성과 판단이 강점입니다. 나나하라 슈야가 뜨거운 가슴과 뜨거운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카와다 쇼고는 차가운 머리와 차가운 가슴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서로의 장점인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잘 결합하여 많은 위기를 함께 헤쳐나갑니다. 그는 슈야의 대책없는 사랑론을 어이없어하지만 자신의 냉철한 이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을 전 대회를 통해서 깨달은 터입니다. 그래서인지 반대성향인 슈야를 통해 서로를 보완하고자 합니다. 1+1 = 3 이상이라는 시너지를 잘 보여주는 커플입니다.
하지만 모든 결합이 시너지를 내지는 못합니다. 일본에서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한 캐릭터인 미무라 신지는 파트너를 잘못 만나 낭패를 본 케이스입니다. 미무라 신지는 천재 농구선수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반정부세력이었던 삼촌의 영향을 받아 컴퓨터 해킹에도 능숙합니다. 그는 배틀로얄 본부를 해킹하고 아예 폭파시킬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해보고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그 이유는 세토 유타카라는 친구 때문입니다. 개그맨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학우들을 유쾌하게 만든 그였지만 행동이 굼뜨고 무엇보다 멍청합니다. 게다가 아무나 덜컥덜컥 믿어버리는 성격은 나나하라 슈야랑 맞먹죠. 착하지만 무능한 그의 행동은 본의아니게 미무라 신지의 계획을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고 자신뿐만 아니라 미무라 신지까지도 죽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짜증나는 민폐 캐릭터입니다. 1 + 1 = -3을 보여주는 최악의 커플.
스기무라 히로키는 쿵푸의 달인입니다. 무력함은 미덕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쿵푸를 배웁니다. 다행히 나나하라 슈야를 일찍 만나 탈출계획에 공감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소꿉친구도 찾아야 하고, 아직 고백하지 못한 짝사랑도 보호해야하죠. 하지만 그 역시 슈야처럼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머뭇거리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는 그의 우유부단함은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스스로에게도 위기를 자초합니다. 만약 스기무라 히로키가 소마 미츠코를 일찍 죽여버렸다면 보다 많은 착한 친구들이 살아남았을 겁니다.
소마 미츠코는 여학우 중에서 최고의 킬러이고, 키리야마 카즈오는 남학우 중에서 최고의 킬러입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데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일종의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소마 미츠코는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 뒤통수를 치는 것이 강점이고, 키리야마 카즈오는 웬만한 노력을 가볍게 무시하는 탁월한 재능과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상대를 제압합니다. 최고의 우승후보는 키리야마 카즈오라고 할 수 있지만 독자들은 소마 미츠코가 더 무서울 거예요.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거든요. 꼭 살아남았으면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대부분 소마 미츠코에게 죽어갑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길거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자신있게 훈계할 수 있는 어른들은 이제 흔하지 않습니다. 일단 덩치에서나 위세에서나 괜히 훈계했다가 언제 칼침 맞을지 모르는 상황도 무섭지만 이미 어른의 권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영향력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배틀로얄은 교육으로 청소년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힘으로라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굴복시키고 싶다는 헛된 바램을 비꼬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성공을 위해서라면 바로 옆에 있는 친구를 밟고 올라서라는 교육현장의 메시지도 도마위에 올려놓고 있죠. 물론 저는 학교만이라도 경쟁의 긴장감이 없는 사랑과 우정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경쟁의 연속이라는 것을 백신처럼 일찍부터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우리끼리 경쟁을 피한다고 해도 이미 세계화라는 국경없는 경제전쟁은 경쟁을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적절한 수위와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인데 오늘날의 교육은 그걸 잘 못하고 있는 것같아요. 쉽지는 않겠지만. 배틀로얄이 나온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이 작품에서 교훈을 얻는 것같지는 않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ps. 설정도 설정이지만 신체훼손 묘사가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이런 묘사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심사숙고를 바랍니다.
ps. 2003년 7월 배틀로얄의 속편이 개봉되었습니다. 만화와 결론이 조금 다른데 전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들과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입니다. 비평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흥행적으로는 전편을 뛰어넘었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볼 기회가 많았는데 계속 비켜갔습니다. 속편에서는 기타노 다케시가 안 나와서 그런가... ㅡㅡa
ps. 원작소설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당장 읽을 수 없더라도 진작 사두었어야 하는데 절판되고나니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는군요.
인상깊은 구절 :
정말 숙명적인 동물이야. 인간이라는 존재는.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그 사람 나름대로의 정의란 이름으로 싸워서 적에게 승리했다고 해도, 이번엔 그 적의 가족에게 원한을 사겠지. 아니면 같은 사상이나 신조를 가진 동료들의 원한을 사겠지. 그리고 결국엔...

출처 : 북코치책을말하다
글쓴이 : 북코치권윤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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