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여행자 이종은이 안내하는 여행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38가지 방법, 『트래블 알라까르뜨』. 여행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38가지 계발 지침을 들어 있는 여행서이자 계발서다. 이 책은 저자의 10년 간의 사유가 묻어나는...


이 책은..

나의 평가





(별도의 별점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제목에 나와있는 알라까르뜨라는 단어가 눈에 띄네요. 책날개에 나와있는 설명에 따르면 알라까르뜨란 '정해진 메뉴로 제공되는 세트 요리와 달리 메뉴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골라먹는 일품요리'를 말한다고 합니다. 38가지의 제각기 개성을 가진 여행법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스스로 디자인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그렇다면 38가지 여행법이 어떤 것인지 봐야되겠군요. 종류가 많아도 공감하는 바가 없다면 싸구려 뷔페와 다름없을테니까요.
'여행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38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이 내세운 컨셉은 여행과 자기계발의 결합입니다. 사실 이 둘은 썩 잘 맞는 궁합입니다. 여행은 아시다시피 그동안 익숙해왔던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을 짧은 시간 내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공간이 멀면 멀수록, 기간이 길면 길수록, 동행자가 적으면 적을 수록 그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지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낯설게 다시 재정의하면서 바뀐 환경과의 조화를 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에게 비록 장기여행의 경험은 적지만 10년 동안 24개국을 돌아다니며 쌓은 내공이 있었고 이게 만만치 않습니다. 같은 사람이 쓴 것이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관심사와 테마가 다양하거든요.
저자가 제안한 38가지 방법이 무척이나 흥미롭기는 하지만 아직 미완의 제안들이 많습니다. 저자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못했거나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죠. 가령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누드체험을 할 환상적인 기회가 있었지만 망설이다 놓쳐버린 기억을 떠올리며 'Just try it'이라는 교훈을 제안하기도 하고, 라오스 방비엥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하며 자연과 현지인들에 푹 빠지고서는 이 세상 어딘가에 아담하면서도 따뜻한 아지트를 만들어 보라고 조언하기도 하죠. 경영학 석사라는 가방끈을 상기라도 시켜주듯이 투자에 대한 단상을 적어두기도 하고 오래전 여행을 하다 유망하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이후 다른 사람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큰 성공을 거둔 아이템을 말하는 대목을 보면 다른 여행서 저자에게 보기 힘든 현실감각이 느껴지기도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결단력 부족이 부각되기도 하는군요. 이런 부분들은 아직 저자의 나이가 많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저자의 달란트가 사업이나 투자가 아니라 여행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저자가 노렸던 여행과 자기계발의 결합은 절반의 성취도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제안은 이렇게 했더니 성공할 수 있더라라는 확신에 찬 권유라기보다는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신중한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저자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또래들이 자산을 차곡차곡 모아두거나 가정을 이루어 자녀들을 키우는 동안 저자는 그 시간과 돈을 여행과 배움에 투자했습니다. 자기 마음 먹은대로 굵고 짧게 살다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 위험에 직면해 있는 현대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투자에 대한 회수를 충분히 하지 못한 저자가 쬐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많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가 충분히 대비되지 않은 여행을 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먼훗날 호텔 경영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 걸 보면 저도 저자의 낙천성이 전염되어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 창업에도 뛰어든 저자의 도전이 앞으로도 계속 싹을 틔어 인생의 목표라는 호텔 경영까지 잘 이어졌으면 합니다.
인상깊은 구절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잇값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찌 세월이 이리 빨리 흐르는가. 엊그제 20대였는데 고개를 한번 돌려 보니 30대가 되었고 30대도 빠르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20대였을 때처럼 30대에도 여전히 헤매고 마음은 나이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나잇값을 못하며 나이 든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젊지도 너무 나이 들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후회가 많다. 그래, 후회를 최대한 이용해야겠다. 여행길에서 배운 가르침을 교훈 삼아 깊은 젊음, 신선한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으로, 나잇값을 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 주는 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
중국인들이 과연 사회주의자인가? 나는 내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만큼 자본주의적 정신을 가지고 있는 민족도, 그들처럼 돈을 드러내 놓고 밝히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일도 열심히 한다. 열심히 일하며 또 돈을 좋아하고 추종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보다 돈을 가질 확률은 더 많지 않겠는가. 그들의 상업적 기질과 자본주의적 상술은 놀라울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의 소위 학습 효과를 통해 중국의 미래 모습이 예측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을 부러워만 말고 투자함으로써 그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있다면 미래의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있는지를 분석하고 발굴하여 장기간 투자하고 싶다.

출처 : 북코치책을말하다
글쓴이 : 북코치권윤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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